[헬스경향] “한 사람의 생명, 지구보다 무거운 가치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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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장
· 국내 미미한 장기기증현황…법·제도 개선 시급해
· 30년간 생명나눔운동 앞장...청소년교육도 중요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강치영 한국장기증협회장은 지난 30여년간 생명나눔운동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이다. 사회운동단체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장기기증협회는 부산에 본회를 두고 서울, 수도권 등 전국에 지회를 둔 단체다.
강치영 회장은 “우리 고장 부산에서 생명나눔운동을 펼쳐보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2011년 창립했다”며 “장기기증의 행정적 체계 구축, 아시아 차원의 장기이식관리센터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발족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더욱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생명나눔운동을 펼친다면 국내 장기기증문화의 정착 및 활성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치영 회장은 특히 “지방분권시대에 걸맞게 과거 서울 중심의 장기기증운동을 지방에서 주도적,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창립이 국내 장기기증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라는 것이다.
그가 장기기증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30여년 전 한 신문기사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장기기증에 관한 상담, 이식결연 등을 위해 ‘빛의 전화’를 개설했다는 내용을 접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자신이 장기기증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그는 “장기기증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며 “그러다가 우연히 김용태 전 부산시약사회장이 장기기증운동을 권유했는데 그게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강치영 회장은 1992년 부산지역 의료계, 종교계, 학계 등 33명의 지인들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산본부를 설립하게 됐다. 최근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국장기기증협회 사무실에서 30년간 장기기증운동과 함께 한 그를 만났다.
- 선진국에 비해 국내 장기기증현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안타깝게도 국내 장기기증현황은 미미하다. 100만명 당 뇌사자 장기기증현황을 보면 스페인 48.9명, 미국 36.9명, 영국 24.9명, 프랑스 22.4명, 이탈리아 20.5명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8.7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2004년 1.4명, 2013년 7.2명에 비하면 많이 향상됐다. 문제는 30년 전 민간단체에 의해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되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도화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홍보, 제도, 국민의식 개선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는 점이다.
-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보통 법령이 시행되면 10년 단위로 보완해가야 하는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령은 20년 이상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장기기증이 제도적, 의료적, 윤리적 이슈를 지니고 있다 보니 문화 확산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례로 장기기증학회, 의료계, 기타 관련단체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정한 뇌사판정과정을 시행하고 있어 보호자의 장기기증동의나 절차 등을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회, 정부는 관련입법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현실이다.
- 그렇다면 어떤 변화부터 모색해야 하나.
무엇보다 기본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그동안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전략적 홍보, 설문에 의한 사회적 합의를 수반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법·제도를 개선, 생명나눔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뇌사추정자 즉시보고, 뇌사기증자 관리시스템 개발, 기증절차 신속 지원, 기증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장기기증자를 기억하기 위한 생명나눔공원 조성, 교육청 소관 장기기증홍보관 설립 등 민·관·언론·기업·단체 모두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체제로 변해야 한다.
- 부산에 아시아 장기이식관리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국가별로 성과가 다른 것은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의 의지 차이라고 본다. 생명나눔 실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수혜자 중심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뇌사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함께 생존기증자 우대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아시아 장기기증네트워크를 구축해 장기공여자가 우리보다 많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권과 장기이식정보를 공유하자는 뜻이다.
- 청소년에 대한 장기기증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는데.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의 사회적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서는 청소년교육현장에서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생명은 지구보다 더 무거운 가치를 가진다. 최근 우리 협회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사후 각막, 조직 등 장기기증에 대해 55.8%가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을 만큼 호의적이었다. 특히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다.
한국장기기증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뇌사에 대해 79.8%가 알고 있다고 답해 인식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기기증자 예우에 관해서도 국가 의사상자에 준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9.4%로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 장기기증서약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답변도 61.4%를 보였다.
강치영 회장은 “앞으로 중앙정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의료계, 종교계, 학교, 기업, 단체 등이 대대적으로 장기기증운동을 펼쳐야 한다”며 “장기기증문화가 더욱 보편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운동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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