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사에 빠진 딸, 장기기증 결정한 엄마의 한마디
- 코디네이터박수정
- 등록일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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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선가 우리 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참 다행 이예요”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며, 2010년 기준 1만5566명, 하루에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34분마다 1명꼴로 자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교통사고 사망자 5,229명이고, 교통사고 사망자가 하루에 14명(도로교통공단)이라는 것에 비해 본다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에도 안타까운 30대 여성 한분이 목을 매어 자살을 하셨다. 여러 가지 생활고로 인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어머니께서 딸을 살려보려고 병원까지 데리고 왔으나 끝내 뇌사에 빠져들고 말았다. 마지막 가는 길 좋은 일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과 신체 일부분이라도 살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뇌사자 가족 어머니는 장기기증을 선택하셨다. 뇌사조사 과정 중에도 딸 옆에서 떠나지 않고, 마지막 장기기증 수술까지 딸이 가는 길을 배웅하며 어머니는 딸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장기기증 일주일 후 본 기증원 기증사업국 사후관리 담당을 맡고 있는 나는 기증자 분의 유가족이신 어머니에게 다시 찾아갔다. 장기기증 감사 인사와 함께 70대 어르신이신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실 수 있는 사망자 관련 행정처리 업무들을 도와드리고자 방문을 하였다. 어머니는 딸과 함께 있었던 시간들을 추억하면서도 딸이 목을 매었던 화장실을 저녁이 되면 근처에도 갈 수 없다며 두려움에 떨고 계셨다. 어머니와 2시간 정도의 식사시간을 가지면서 intake 상담을 마친 후 서비스 계획을 어머니와 함께 논의를 하였고, 사후관리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사망자 금융조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린 후 기증자 가족인 어머니를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 기관을 찾아 서비스 연계를 하였다.
우선은 딸의 사망으로 인하여 독거 어르신이 된 어머니를 도와 드릴 수 있는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노인복지관의 사례관리 사회복지사를 만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인하여 독거어르신이 된 어머니에게 점심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경로식당 이용 지원을 요청하였고, 그 외에 독거어르신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특히 여러 지원 서비스 중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신청하였는데 노인복지관에서 생활관리사를 파견하여 안전확인, 생활교육, 서비스 연계 활동을 제공하여 독거어르신인 어머니에 대한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딸의 자살을 목격함으로써 생겨난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의심이 되어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자살유가족 상담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자살 유가족의 경우 기분장애 발생률이 4배이상, 스트레스와 연관된 신체형장애 발생률이 2.7배이상 증가하며, 또 다른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게 된다. 어머니는 딸을 조금만 더 자신이 일찍 발견을 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운 마음과 죄책감으로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의뢰하였고, 일단 기본적으로 15회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자살로 인한 뇌사 장기기증자의 유가족의 경우 “내가 잘못해서...”라는 막연한 죄책감과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나..”라는 두려움 속에 갑작스런 가족구조의 변화로 매우 큰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유가족들을 사회가 함께 안고 나아간다면 자살률을 줄이고,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머니는 마지막 나와의 상담 때 이런 말씀 하셨다.
“이제는 딸을 잠시 해외로 이민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딸을 볼 수는 없지만 어느 곳에선가 신체의 일부분이라도 살아 있다는 것이 참 위안이 되요. 그래서 우리 딸이 장기기증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나도 좀 장기기증이라고 해서 놀랐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지금도 어디에선가 우리 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해요. 복지사 선생 참 고마워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고로 뇌사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지만, 우리가 그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 준다면 유가족들은 다시 살아 갈 수 있는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기증이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신체 어느 한부분이라도 뇌사 장기기증자인 가족과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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